결혼한지 어언 n년차 주부인 나
내가 어쩌면 주방도구에 관심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자취할 때부터 들긴 했었다.
회사다닐 적, 5평짜리 좁디 좁은 원룸에 앉아 홀로 삼겹살을 구워먹으면서
식당처럼 기름이 쫙 빠지는 불판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게 시초였다.
그뒤로 워낙 바쁘게 살다보니 뭘 해먹고 살지 않아 잠시 그 관심은 덮어두었다가
수년이 흐르고 결혼을 하고, 아기가 생기고, 그 아기가 어린이집을 가게 되며
시간적 여유와 밥 해먹일 대상이 생기고 나서야 다시금 활활 타오르게 된 것이다.
요새 대세는 미니멀이라는데 시간없고 체력없는 아줌마는
어떻게 하면 내 식생활 패턴에 딱 알맞는 효율적인 주방도구를 찾아낼까 하는데에 온 신경을 쓰고 있다.
아주 그냥 좁디 좁은 주방이 미어터질 지경이다.
그런고로 나의 블로그 첫 글은 요새 내가 푹 빠져 있는 AMT 파티웍 28CM에 대한 리뷰이다.
나는 사실 냄비를 꽤 많이 가지고 있는데, 거진 스타우브 무쇠냄비이다.
얘네들의 장점은 냄비째로 상에 올려도 예쁘다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상에 올려도 납득(?)이 될만한 사이즈를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쬐깐한거).
하지만 이런 사이즈로는 옥수수와 고구마를 한 푸데기 쪄놓고 아들과 나눠먹길 좋아하는 내 성에 차지 않는 것이었다.
물에 삶으면 맛이 없고 집에 있는 찜기로 찌자니 양이 적고..
나름의 큰 결심으로 AMT 파티웍 28CM를 들이게 되었다.
(내 어여쁜 스타우브 전용 그릇장에 스뎅 냄비를 놓기 싫었다.. 아무도 몰라주는 아줌마의 미적 취향이랄까..)
암튼 그리하여 오로지 찜기가 탐나 구매한 AMT 파티웍 28CM
나름 블로거인척 해보겠다고 내 손으로 크기와 깊이를 가늠하는 사진을 찍었는데
도저히 업로드하지는 못하겠다. 퍼석한 손을 오픈하기에는 내가 너무 부끄러움이 많다.
대강 넉넉한 사이즈라고 해두겠다.
구매할때 나중에 혹시라도 대게같은거 쪄먹을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파티웍 32CM를 매우매우 고민했었는데
사실 데일리로 쓰기에는 얘가 딱이다.
대게는 남이 쪄주는걸 사먹기로 하자.
이걸 사고 나서 첫 사용은 아이러니하게도 찜기가 아닌 맨 밑의 냄비였는데
사이즈가 커서 즉석떡볶이 해먹으며 국물을 넉넉하게 부으니 세상에 쫄면도 바닥에 안눌러붙는 것이 아닌가.
스타우브 전골냄비는 내가 엄청 사랑하기는 하지만 밑에 늘러붙기 일쑤라 남편 눈치봐가며 쓰고 있다.
그 날부로 조금이라도 늘어붙을 면이 있다 싶으면 스타우브 전골냄비 대신 얘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스타우브 그릇장에는 좀 언밸런스하긴 하지만 얘만 따로 놓고 보면 꽤나 형태가 이쁘다.
동그스름하고 이음새 없는 저런 형태는 내가 사랑하는 모양새이다. 무광인것도 맘에 든다.
유광이었으면 저 냄비 뚜껑에 사진찍는 나의 모습이 다 찍혀서 이 사진도 블로그에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젤 자주 사용하는 것은 찜기인데 요리한 사진은 왜 이것밖에 없는지 모르겠다.
늘 스타우브로 무수분 수육만 하다가 스뎅냄비 산 기념으로 물에 빠진 수육을 해보았다.
냄비는 4리터 정도 되는 용량이고 웍의 형태인데도 불구하고 두툼한 삼겹살이 다 잠길정도로 물을 부을 수 있다.
사실 이렇게 수육을 물을 부어서 요리할때 웍의 형태는 좀 비효율적인것 같다.
삼겹살 옆에 남은 공간 좀 보라지....
완성한 수육. 맛이 어땠냐고 물으면...... 솔직하게 얘도 맛있긴 했지만 무수분 수육이 더 맛난다.
재료가 물에 빠진 요리류는 별로 내 취향이 아니어서 그런가보다.
이밖에도 칼국수도 끓여먹고 샤브샤브도 해먹고
찜기로는 옥수수 쪄먹고, 고구마 쪄먹고, 삼겹살 배추찜 해먹고 하면서
우리집 인덕션에는 거의 매일 얘가 올라와 있다.
누가 사? 말아? 한다면 왕왕왕 추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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